작은 플로리다의 마을을 지나며 … ‘너에게로 가도 될까’

“May I Come to You”, Through This Florida Town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실어오는 오붓한 부둣가를 바라보며 쿵 막혔던 가슴이 조금씩 사그러들었다. ‘그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며 원치 않던 오해가 자꾸 쌓여갈 때 버둥거리기 보다는 내려놓고 관조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은 나이가 됐음을 그 작은 바다 앞에서 깨달았다. 그 때 작고 여린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처음 보는 나에게 눈을 맞추고 두 번 깜빡인다. 호감의 표시라는 걸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그 아이의 눈빛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는 고양이를 지독히도 무서워한다. 느물거리는 고양이의 등살만 보아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귀한 빛깔의 털을 가진 아기 고양이가 먼지로 켜켜이 쌓인 내 마음을 잔잔히 흔들었다. 내가 먹던 새우를 곱게 살을 발라 그에게 나눠 주었다. 아기 고양이는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너에게로 가고 싶네. 바다 풍경은 낭만적이지만, 바람이 불면 너무 추워. 내가 너에게로 가도 될까?”... 마음이 아려왔다. 

내 안에서는 밀어내려는 이유를 풍선처럼 만들어냈다. 나는 테이블에 마주 앉은 지인에게 그동안 섭섭하고 화가 났던 이유들을 조목조목 늘어놓았다. 상대에게 내 마음을 설명한다는 친절함은 가장한 지독한 공격이었다. 머릿 속에 세상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를 더 날카롭게 몰아세운다. 한 치의 회피도 허용하지 않도록. 지인도 독기를 품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만찬을 끝냈고 나는 내가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핑계를 획득했다. 그렇게 그 작고 여린 고양이도 나에게 외면 당한 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동행하는 긴 여행은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다. 상대와 함께 풍경을 즐기며 긴 시간 동안 일상을 잊게 되는 즐거움이 크지만, 그 길지 않은 시간에 관계가 틀어지면 벗어나고 싶어도 방법이 쉽지 않다. 그게 치명적이다. 차로 대륙 횡단을 떠났으니, 중간에 홀로 하차하기가 애매하고 성가시다. 처음에는 그 순간이 지옥 같지만, 더는 선택의 방법이 없을 때 나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내 자신과 타협을 하기 시작한다. ‘너도 잘한 거 없어…’ 그리고 잠든 지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화를 내며 내게 달려들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보다 몇 시간 전에 투명하게 맑은 바다 앞에서 활짝 웃던 그 미소도 떠올랐다. 지독하던 일상의 먼지들을 털어버리려 떠난 여행에서 나는 그보다 더한 쓰레기를 가슴 속에 또 쌓으려는 습관에 진저리가 났다. 내 자신이 상처받고 싶지않은 알량한 에고이즘을 지키기 위해 상대에게 쓰나미 같은 상처를 주려는 나의 얄팍한 인격에 나는 그 밤을 ‘회개’로 지새웠다.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일주일이나 남았기에 아침 식탁에서 느끼하게 빵에 버터를 바르며 서로 화해를 청했다. 그 때 그 아기 고양이의 눈이 내 가슴을 스쳤다. 마음이 더 심하게 아려왔다. 귀한 품종 같은데 길에서 살아야하는 그의 고된 삶이 눈에 밟혔다. 누군가 내게 마음을 건넸어도 품지 못하는 나의 알량함이 부끄러웠다. 나는 또 누군가를 외면하고도 살기 위해 내 마음 속에 무수한 핑계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순간의 인연에 눈물을 흘렸다… ‘잘 지내렴 아가야. 그리고 고마워.’

그렇게 잠깐을 스쳐갔던 걸프만의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리처드 기어와 다이안 레인이 주연으로 나왔던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그 바다가 내 눈 앞에 필름처럼 지나갔다. 누구든 플로리다로 가는 길에 ‘니스빌(Niceville)’이란 작은 마을을 지난다면 ‘The Boathouse Lending’이란 레스토랑을 들러보길 바란다. 낭낭한 선율의 통기타 라이브가 흘러나오고 오래되고 묵직한 실내 분위기와 격자 무늬의 창가가 마치 영국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작은 요트 선착장과 나무들이 우거진 협곡의 바다는 페리오를 더욱 빛나게 한다. 

니스빌을 떠나며 또 하나의 깨달음이 가슴 속에 툭 떨어진다. ‘처음인 인생이니까 쉽지 않은 거야. 삶에서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간결하게 길을 찾는 법이 있어. 처음의 사랑으로 돌아가는 거야…’

글_ 제이스 이(Jace Lee)

I met a cat. As I looked out over the quiet pier, where the crisp early autumn breeze gently swept by, the heavy weight in my chest slowly began to ease. “When this isn’t it… when that’s not what I meant…” Rather than struggling against the misunderstandings that kept piling up, I realized — in front of that small sea — that I had reached an age where I wanted to let go and observe instead, with eyes of contemplation. Just then, a small, delicate cat crouched in front of my feet. It met my eyes and blinked twice. I vaguely remembered hearing somewhere that such a gesture meant affection. The look in that little cat’s eyes quietly entered my heart.

I have always been terrified of cats. Even the sight of a cat’s slinking back would send chills down my spine. But that kitten, with its rare and precious-colored fur, stirred the dust that had settled deep within me. I peeled the shrimp I was eating and offered it gently to the kitten. It came closer and began to speak to me: "I… I want to come to you. The ocean view is romantic, but the wind is so cold. May I come to you?” My heart ached.

Inside me, I began creating reasons to push it away — like inflating balloons. I sat across from a friend at the table, listing out all the reasons I’d been hurt and upset. But what I called “explaining my feelings” was, in truth, a cruel form of attack. The more knowledge you have in your head, the more sharply you can corner someone — allowing them no escape. My friend responded with their own bitterness, fighting back. That’s how the dinner ended — and I had secured my excuse to leave the table. And so, that small and fragile kitten, too, was left behind by me… fading into the darkness.

Traveling together for a long time has its clear pros and cons. There’s joy in sharing views and moments that help you forget everyday life. But if the relationship cracks, there’s no easy way out — and that’s the danger. Driving across a continent, it’s inconvenient and awkward to just get off midway. At first, those moments feel like hell — but once all other options disappear, you start to quietly let go and compromise with yourself. "You weren’t innocent either…" I looked at the sleeping face of my friend and recalled the moment they came at me in anger… Then I remembered their bright smile just a few hours earlier, by that clear, transparent sea. I had left for this trip to shake off the dust of daily life — but now I was piling up something even heavier inside me. I was disgusted with my own habit of clinging to this petty ego, willing to inflict a tsunami of pain on others just to protect myself from being hurt. That night, I stayed awake in repentance.

With still a week left before returning home, we sat at breakfast, spreading butter awkwardly on soft bread — and offered each other quiet apologies. At that moment, the kitten’s eyes brushed across my heart again. The ache deepened. It looked like a rare breed, yet had to survive on the streets. The hardships of its life weighed on my mind. I was ashamed of my own smallness — unable to hold the hearts others offered me. Even after turning away, I began crafting countless excuses in my heart just to go on living. And for that fleeting connection, I wept… "Take care, little one. And… thank you."

The Gulf Coast I had only brushed past was heartbreakingly beautiful. Like a scene from a movie starring Richard Gere and Diane Lane, that ocean passed before my eyes like a reel of film. If you ever find yourself driving through Florida, and pass a small town called Niceville, I hope you stop by a restaurant called The Boathouse Landing. Gentle live acoustic guitar melodies flow through the air, and the aged, weighty interior, with its checkered windows, makes you feel as if you’re in a quaint English village. The small yacht dock and the tree-covered canyon sea make Perrier sparkle even more. As I left Niceville, another realization quietly dropped into my heart: "This is your first life — of course it’s not easy. And when you feel you’ve lost love, there’s a simple way to find your path again… Go back to your first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