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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다 쓰고 나서야,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알았다

23 hours ago
4 min read

궁중병과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운 시간을 건네는 ‘문루(Moonroo)’



한때 그는 요리와는 조금 먼 길 위에 있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IT 회사에서 마케팅을 한 ‘김재린’. 안정적인 직장과 좋은 동료, 인정받는 성과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단 한 번도 ‘내 길 위에 서 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요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대학 2학년 때 처음 찾아왔다. 주변에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요리를 하려면 프랑스에 가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프랑스어를 독학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하겠지.’ ‘나중에는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마음을 달래며 회사생활을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도 요리에 대한 마음은 작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커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전 우연히 알게 되었던 궁중병과연구원의 문을 두드렸다. “무조건 시작하자고 생각했어요.” 그곳에서 만난 세계는 예상보다 훨씬 깊었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 정길자 원장에게 배우기 위해 오랜 시간 떡과 한과를 만들어온 선배들이 모여 있었고, 쌀가루조차 처음 만져보는 자신은 낯선 초보자였다. 하지만 첫 수업에서 느낀 감동은 강렬했다. 이후 그는 거의 매일 자정이 넘도록 떡과 과자를 만들고 또 만들었다.




처음 백설기를 쪄낸 날, 자신도 모르게 “내가 떡을 만들다니!”라는 말이 나왔다. 약과와 정과, 숙실과를 하나씩 익혀가며 그는 비로소 자신이 오래 찾아 헤매던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길을 선택하게 된 가장 깊은 곳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뛰어났고, 한 달에 한 번쯤 가족을 위해 구절판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 처음 본 구절판은 아름답고 정교했다. “옛날 궁에서 차려 먹던 음식이야.” 어머니의 설명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았다. 훗날 요리와 멀리 떨어져 살아가면서도 궁중음식이 이상하리만큼 친숙했던 이유를 그는 이제야 알 것 같다. “저에게 처음 궁중음식을 보여주신 분이 어머니였던 거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지금의 자신을 만든 모든 것이 어머니가 준 선물이라면, 그중 가장 큰 선물은 결국 ‘삶과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어머니에게 “엄마가 준 선물 같은 인생을 정말 행복하게 살다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 마음은 지금 그가 운영하는 Moonroo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궁중병과 클래스를 시작한 이유도 결국 사람과 시간을 나누기 위해서다. 여행할 때마다 현지의 쿠킹클래스에 참여했던 그는 음식을 배우는 일이 그 나라를 좋아하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임을 알고 있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 음식을 가르쳐주고, 함께 만들고, 한 끼의 시간을 나누는 일. 그것은 단순한 체험보다 따뜻한 환대에 가까웠다.




그래서 Moonroo에서는 한국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궁중병과를 건넨다. 조금은 낯설지만 우아하고, 오래된 것이면서도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아름다운 음식들이다. 연회가 끝난 뒤 남은 음식과 병과가 사람들의 집으로 전해졌고, 그렇게 궁중의 맛은 반가를 넘어 민가의 삶으로 흘러들었다. 백설기와 인절미처럼 오늘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떡 역시 그 역사 안에 있다.


어쩌면 그가 하는 일도 그와 닮아 있다. 오래된 시간을 오늘의 사람에게 건네는 일. 한 조각의 떡과 과자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아, 낯선 이에게 따뜻한 환대의 마음을 전하는 일.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김재린씨는 이제야 자신이 오래전부터 바라던 삶을 살고 있다.


“제가 만든 궁중병과를 통해 한국이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 어머니를 다시 만났을 때, 정말 행복하게 살다 왔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재린씨는 떡, 한과 숙수(국가공인 떡제조기능사)라는 이름을 젊은 나이에 도전해 성취했다. 현재 Moonroo라는 떡 공방을 혼자의 손으로 인테리어까지 마쳤을 정도로 열정과 패기로 새로운 영피플의 삶을 구현하고 있다. 국제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에 고급 K-Culture로서의 궁중 병과를 소개한다.

E-mail : olivia@moonroo.kr / kakaotalk : moonroo 



<다식 레시피>

(각 레시피는 약 10개 분량)


1. 오미자 다식

오미자 다식은 오미자의 맑은 붉은빛과 새콤한 향이 특징인 다식이다. 녹두전분은 맛과

색이 강하지 않아 오미자의 색을 깨끗하게 보여주기 좋지만, 수분을 많이 넣으면 반죽이

질어지고 모양이 무너지기 쉽다. 그래서 진하게 우린 오미자물을 소량만 사용해 색과

향을 더하고, 꿀로 농도를 맞추어 단단히 빚는 것이 중요하다.


*재료

- 녹두전분 33g

- 분당 20g

- 오미자물 4g (건오미자 12g, 물 25g)

- 꿀 7g


*만드는 법

[오미자물 만들기]

1. 건오미자를 물에 하루 정도 우려낸 뒤, 면보에 걸러준다.

[다식 만들기]

2. 볼에 녹두전분, 분당, 오미자물, 꿀을 넣고 섞는다.

3. 가루에 수분이 고르게 퍼지고, 손으로 뭉쳤을 때 형태가 잡힐 정도가 될 때까지 비벼준다.

4. 다식틀에 가루를 꽉 채워 넣고 엄지로 힘 있게 눌러준다.

5. 표면을 고르게 정리한 뒤 틀에서 빼낸다.


2. 흑임자 다식

흑임자 다식은 흑임자의 고소한 맛과 깊은 색이 특징인 다식이다. 흑임자는 겉은 검지만

속은 갈색을 띠기 때문에, 가루로 만들면 갈색 입자가 함께 보입니다. 꿀을 섞은 흑임자가루를

한 번 쪄내 검은색을 고르게 입히고, 절구에 찧어 기름을 빼는 과정이 흑임자 다식의 중요한

포인트.


*재료

- 볶은 흑임자가루 50g

- 꿀 25g

*만드는 법


[볶은 흑임자 가루 만들기]

1. 마른 팬에 흑임자를 넣고 중약불에서 타지 않게 볶는다.

2. 고소한 냄새가 나면 불을 끄고 식혀준다.

3. 절구에 식힌 흑임자를 넣고 빻아준다.

[다식 만들기]

4. 볼에 볶은 흑임자가루를 넣고, 꿀 절반 분량을 먼저 넣고 잘 섞는다.

5. 꿀을 섞은 흑임자가루를 그릇에 옮겨 담은 뒤, 김이 오른 찜기에 그릇째 넣고 약 20분간

쪄준다.

6. 찐 흑임자가루를 절구에 넣고 찧어 기름이 배어 나오도록 한다.

7. 키친타월에 감싸 눌러 기름을 제거한다.

8. 남은 꿀을 넣고 섞어준다.

9. 다식틀에 반죽을 꽉 채워 넣고 단단히 눌러준다.

10. 표면을 고르게 정리한 뒤 틀에서 빼낸다.


<산병 레시피>

1. 산병 (개피떡, 바람떡)

산병은 오늘날의 개피떡, 바람떡과 비슷한 방식으로 빚는 떡이다. 멥쌀가루를 각각 쪄서

얇게 밀고, 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찍어낸 떡. 산병을 두 개 붙이면 둘붙이, 세 개

붙이면 세붙이라고 한다. 소가 들어간 떡이기 때문에 추운 계절에 먹기 좋은 떡이다.

색산병은 색을 달리한 떡 반죽을 함께 사용한 산병을 말한다. 문양을 만들거나 여러 장을

겹쳐 빚을 수 있다. 여주산병은 작은 개피떡을 큰 개피떡으로 감싼 형태의 둘붙이이고,

입술산병은 작은 개피떡 2개를 마주 붙인 둘붙이이다.


*재료

- 멥쌀가루 600g

- 쑥 멥쌀가루 200g

- 물

- 녹두 11⁄2컵

- 소금, 계피가루, 꿀, 참기름, 식용유 약간씩


*만드는 법

[쌀가루 안쳐 찌기]

1. 쌀가루에 물을 넣고 손으로 잘 비벼 수분을 가루에 고르게 푼다. (멥쌀가루에 물

150g, 쑥 멥쌀가루에 물 50g 정도)

2. 찜기에 젖은 면보를 깔고 설탕을 뿌린 후(반죽이 달라붙지 않도록), 각각의 쌀가루를

고르게 안친 뒤 약 10분 정도 찐다.

3. 다 쪄진 떡은 절구에 넣고 찧거나 손으로 치대어 매끄러운 반죽으로 만든다. (뜨거울

때 치대야 매끄러운 반죽이 된다)


[녹두소 만들기]

4. 녹두를 2시간 이상 물에 불린 후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긴다.

5. 찜기에 마른 면보를 올리고 거피한 녹두를 울려 푹 무르게 찐다.

6. 찐 녹두를 절구에 넣고 약간의 소금을 넣고 빻는다.

7. 굵은 체에 내려 고물을 만든다.

8. 녹두고물에 계핏가루와 꿀을 섞어 소를 만든다.

9. 소의 점도는 손으로 뭉쳤을 때 형태가 잡히는 정도이다. (소가 너무 질 경우 마른

팬에 볶아 수분을 날리고 사용한다)


[성형하기]

10. 쪄내고 치댄 흰 반죽과 쑥 반죽을 밀대로 얇게 민다(두께 3-4mm)

11. 얇게 민 떡 위에 녹두소를 올리고 접어 원하는 크기의 반달 모양으로 찍어낸다.

(가장자리가 잘 붙도록 한다)

12. 떡의 표면에 참기름과 식용유를 섞어 표면에 윤기가 돌 정도로만 얇게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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