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산 설계(Estate Planning)에 대한 오해와 진실
- lasvegasknmagazine
- Ju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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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Jul 30
몇 년 전, 아들이 중학생이었을 때 함께 역사 퀴즈 대회에 참가한 친구 부모님과 뜻밖의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은 네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두 명은 자녀였고 나머지 두 명은 조카라고 했다. 사연을 알고 보니 남편의 동생 부부가 모두 의사였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함께 세상을 떠났고, 생전에 자녀 양육이나 재산에 대한 어떠한 법적 문서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결과, 남겨진 어린 조카들은 법원 보호 하에 머물러야 했고, 친척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후에야 데려올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집을 포함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은 상속 절차(Probate court)를 거치느라 수 년째 묶여 있었고, 조카들의 생활비와 교육비는 고스란히 이 가족이 부담해야 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예외가 아니다. 특히 미주 한인 사회에서는 ‘상속’이라는 단어 자체가 죽음과 연결되어 거부감이 크고, 미국 상속법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아무런 준비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산 설계는 단순히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나이 들어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자, 나와 가족의 삶을 정돈하는 과정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유산 설계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과, 그에 대한 사실을 정리하여 누구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돕고 안타까운 현실을 줄이고자 하는 바램이다. 오해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오해 1: 유산 설계는 부자들 만을 위한 것이다
진실: 유산 설계는 자산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자신의 뜻이 존중받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호받으며, 크든 작든 본인의 자산이 원하는 방식대로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 유산 설계의 핵심이다. 집이나 은행 계좌, 자녀가 있다면 반드시 유산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18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유산 설계 과정에서 후견인(Guardian) 지정을 해 두어야 한다.
오해 2: 나는 아직 젊어서 필요 없다.
진실: 서문의 예처럼 사고나 질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기본적인 유언장, 의료 지시서, 재정 위임장은 젊은 성인에게도 꼭 필요하다. 자녀가 18세가 됐을 경우 성인으로 간주되어 부모가 자녀의 의료나 재정에 관여할 수 없어 뜻밖의 일을 겪었을 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한 예로 자녀가 타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병원 측에 전화를 해 자녀의 안위를 알고 싶었지만 의료 지시서가 없어서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18세가 되면 최소 의료 지시서를 준비해 놓으면 좋다.
오해 3: 유언장(Will)이 있으면 법정상속 절차(Probate)를 피할 수 있다.
진실: 유언장이 있다고 해도 법정 상속 절차는 피할 수 없다. 유언장을 통한 자산 분배는 법원의 감독 아래 진행되는 프로베이트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상속 절차를 피하려면 신탁(Trust), 수익자 지정(Beneficiary Designation), 공동 소유(Joint Ownership)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오해 4: 유산 설계는 너무 비싸다
진실: 복잡한 유산 설계는 비용이 좀더 들 수 있지만, 기본적인 설계는 비교적 저렴하며 오히려 미래에 가족이 겪을 스트레스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간단한 문서만으로도 큰 보호를 제공하며,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
오해 5: 유산 설계는 죽음과 세금에 관한 것이다
진실: 유산 설계는 생애 동안의 보호도 포함한다. 의식이 없거나 치매 등으로 인해 판단 능력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재정 및 의료 결정을 내릴 대리인을 지정하고, 미성년 자녀의 후견인 지정, 임종 시 의료 지침 등도 포함할 수 있다.
오해 6: 한 번 유산 설계를 하면 끝이다
진실: 유산 설계는 일회성 작업이 아니다. 결혼, 이혼, 자녀 출생, 자산 변화, 법 개정 등 인생의 주요 변화가 있을 때마다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오해 7: 가족이 내 뜻을 알고 있으니 유산 설계는 필요 없다
진실: 공식 문서가 없으면, 본인의 뜻이 법적으로 효력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유산 계획이 없을 경우, 주(State)의 법률이 자산 분배를 결정하게 되며 이는 본인의 의도와 다를 수 있다. 명확하고 법적인 문서가 꼭 필요하다.
글_ 미셸 조
조은형 (Michelle Cho), CFP, BFA, ChSNC
UCSD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코넬 대학원에서 2년간 고에너지 물리학 공부를 하다 진로를 바꿔 현재는 Echo Wealth Partners라는 재정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Certified Financial Planner, Behavioral Financial Advisor, Chartered Special Needs Consultant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고객의 가치관에 기반한 재정 목표 설정을 돕고 재정 계획 및 전반적인 투자 관리 일을 하고 있다. 고객이 현명한 재정 관리와 계획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윤택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목표이다. 필자는 비영리 봉사 단체인 글로벌 어린이 재단과 로터리 클럽 멤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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